(네이버불매중) 블로그를 못쓰니 답답해서 티스토리로 왔습니다2
24.12.01.
오랜만에 글을 쓰니 재밌는걸요.
역시 뭐든 기록하는 건 좋은 일이군요. 지난 글들도 훑어보니, 그때도 그런대로 바지런히 살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지금의 글도 언젠가 돌아보면 '성실하게 살아왔구나.' 하며 조금 뿌듯하지 않을런지.
한번 우울하기 시작하면 끝 없이 우울해지기 마련이니까, 어제도 좀 울적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울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 때문이에요.
그런데 정답이 어디있을까요. 전처럼 그런대로 눈앞의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게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미련하게 땅 꺼지는 한숨은 그만 두고 오늘을 살아봅니다.
4. 첫 눈이 펑펑

며칠 새에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간 유래 없이 질긴 더위 때문에 겨울이 영영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어느 날 뉴스에서 "기후위기로 겨울이 사라졌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걱정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래 애를 태운 겨울이라 늦게라도 와준 것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간의 기다림을 보상해주듯 아름다운 설경이었습니다.

주변 어느 곳에 눈을 두어도 눈부시게 새하얗습니다. 마침 근무지가 종로구라 참 보기 드물게 뻥 뚫린 서울 하늘 아래 높다란 건물들 방해 없이 설경을 고스란히 구경할 수 있습니다. 왠지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눈 덕분에 묘하게 신나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팍팍한 근무시간 사이로 낭만 한 조각 챙겨 먹어보려고 점심 식사를 후루룩 마치고, 따끈한 차 한잔 호호 불며 눈 구경도 했습니다. 막상 눈이 오니 그렇게 까지 춥지는 않은 것 같아요. 눈 덕분에 제법 운치 있는 점심 시간 이었습니다.
5.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가야금 원데이 클래스'

24년도에는 3월 부터 1인가구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관계망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요. 말이 좀 거창해서 그렇지 같은 동네 사는 친구들이랑 한달에 한 번 만나서 지원금으로 맛있는 것 먹고, 재밌는 것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달은 서대문역 인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진행하는 '가야금 원데이 클래스'를 했습니다.
가야금 연주하는 사진도 있었는데, 제가 조작이 미숙해서인지 친구들 얼굴을 가리려고 붙여둔 스티커들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더라구요. 그냥 상상으로 즐겨주세요. (대충 요즘 유행하는 MZ 샷으로, 가야금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가야금은 생소하기도 하지만, 교과서에서 많이 접해선지 익숙하기도 한 악기입니다. 간단한 가야금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여 음계를 하나하나 연주해보고, '아리랑'을 직접 연주하기까지가 이 클래스의 전반적인 내용입니다. 선생님 구령에 맞춰서 리듬게임 하듯 튕겨보고 뜯어보고 하느라 손가락에 물집도 잡혔는데... 이런 건 영광의 상처라 뿌듯함이 오히려 배가 됩니다.
수업 시간이 다 끝나면 한 명씩 기념사진도 찍어주시고 현상도 해주십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아주 알찬 수업이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나니 출출해져서 박물관 마을 내 분식집을 방문했습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6080 세대의 아날로그 감성공간으로 꾸며진 곳이라 이 곳 분식집 또한 꽤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풍겼습니다. 의외로 미숫가루가 별미였습니다.
사실, 이번 11월이 마지막 정기 모임이라 시원섭섭하긴 했습니다만, 연말에 각자 좋은 소식들 안고 같이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로 했으니 금세 괜찮아졌어요.
6. 800년 역사의 반계리 은행나무

다들 반계리 은행나무를 아시나요? 저는 이 은행나무랑 같은 지역 살면서도 nn년 넘게 모르고 살다가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반계리 은행나무는 유명인사가 다 되었네요. 전국 각지에서 이 은행나무를 하나 보러 먼 걸음 하는게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그럴 법한 귀한 몸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두어도 화면 가득 은행나무의 노란 빛이 선명하게 찍힙니다. 이번이 세 번 째 방문인데, 그동안은 시기를 잘못 타서 1) 초록빛 가득한 은행나무 2) 노란 은행잎 카펫 위 앙상한 가지의 은행나무 만 보다가 드디어 완전히 만개한 노란빛 풍성한 은행나무를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순전히 운이 좋았습니다. 꿀팁은 반계리 은행나무 인근의 도로 CCTV 왼쪽 자락에 빼꼼히 보이는 은행나무를 보며 얼마나 은행이 노랗게 무르익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분명 어제까진 초록초록 했던 것 같은데 날이 좋아서 그랬나 하룻밤 새에 꽤 노랗게 변했더라구요. 역시 운이 좋았나봅니다.

동행한 아기 조카와도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제 제법 묵직한 친구가 되어 오랜 시간 안고 있기 버거워졌습니다. 나중에 더 무거워지기 전에 많이 안아주고 놀아줘야할까요. 그냥 건강하게 돈 많이 벌어서 용돈 많이 주는 이모가 되겠습니다.
다음 번 글에는 간호유학 준비 과정을 적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기록해두는 편이 저도 기억하기가 편해서 좋더라구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일지도 모르구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